
작가 노트
안녕하세요, 작가 지영입니다.
제 작품은 형태가 녹아 해체되는 무형화 과정과 명상을 주제로 한 몰입형 설치작업 입니다.
제 작업에서 형태는 고정 불변하게 여겨지는 ‘나’ 라는 개념을 암시하며 전시는 그러한 형태가 녹아 끊임없이 변화하는 궤적을 만들어내어 불교의 연기적 관념 -모든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다양한 원인과 조건에 따라 서로 의존하며 생겨나고 사라지는 관계의 흐름- 을 명상적으로 관람하고 관객들에게 나 라는 상을 녹여내 보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형태는 왁스를 주 재료로 빚어지며, 초기 녹기 전 형태의 모습은 구체적이기 보다 원시적이며 추상적입니다. 형태는 할로겐 빛의 열로 인해 녹으며 기존의 모습을 잃어가지만 작품은 녹아가는 과정에서 더 다양한 감정이 투영되고 더 다양한 상 (Image)들이 중첩적으로 드러납니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가 본래의 자리인 무형태로 회귀하는 삶의 본질과 실존성을 화두로 제시합니다.
작품이 할로겐 전구의 빛에 의해 서서히 녹아내리듯, 작가는 관객의 의식 또한 그들의 내면을 비추는 빛이 되도록 제안합니다. 그 빛은 마음과 의식 속에 뭉쳐 있던 응어리를 녹여내고, 그 속에서 반짝이는 본질의 조각들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 작품에 담겨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고정된 형태와 경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사유의 방식을 제시하며, 동시대인들에게 바로 이 자리에서 스스로의 본질을 탐색하고 연결 될 수 있는 명상적 시공간과 여유를 마련합니다.
어떠한 형상을 끊임없이 녹여내는 행위는 작가에게 기존에 학습되어 왔던, 그리고 나 자신을 형성해 왔던 외부적 가치관들로부터는 조금 멀어지고 개인의 실존적 삶에 본질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것 과 조금 더 가까워 지는 연습입니다. 또한, 통합성을 잃었던 지난 과거의 삶에서 겪은 혼란과 간극에서 비롯된 고통으로부터 일어나, 균형을 맞춰가는 생의 여정을 위한 의식적 상징입니다. 형태라는 것, 고정불변하는 실체 혹은 경계있음 이라는 관점이 제약해 버린 현실에서 벗어나 경계없음, 혹은 실체 없음으로부터 빚어진 전체성이라는 가치와 의식이 인류의 삶에 안식처로서 조금 더 깊게 자리 잡히길 바라는 마음을 예술로서 표현합니다.